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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사회주의자’ 후보 버니 샌더스의 정책

23호(2015년 8월) 먼 좌파 이웃 좌파 ⑰

미국 대선 ‘사회주의자’ 후보 버니 샌더스의 정책

 

장석준|기관지위원

 

 

 

지금 미국에서는 2016년 대통령 선거의 예비경선이 한창 진행 중이다. 공화당은 후보가 10명 안팎으로 북적대지만, 민주당은 시작 전부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독주 양상이었다. 그런데 싱겁게 끝날 것만 같던 민주당 경선에 난데없는 바람이 일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어 클린턴 후보를 맹추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1981년 벌링턴 시장에 당선된 뒤 환호하는 샌더스와 지지자들

1981년 벌링턴 시장에 당선된 뒤 환호하는 샌더스와 지지자들

샌더스 의원은 본래 민주당원이 아니라 무소속이다. 1941년생인 그는 동년배의 다른 많은 미국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베트남 반전운동으로 정치에 처음 뛰어들었다. 1981년에 그는 버몬트 주 벌링턴 시에서 무소속으로 시장에 당선됐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때도 그는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였다. 이런 사람이 다른 시절도 아니고 한창 레이건 보수혁명이 시작되던 미국에서 자치단체장에 당선됐으니 화제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그는 택지 개발 사업을 서민을 위해 공공적 방식으로 추진하는 등 많은 인상적인 개혁 행정을 펼쳤고, 그래서 보수 언론은 ‘벌링턴 인민 공화국’이라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버몬트 주에서는 이 성과를 바탕으로 버몬트 진보당이라는 진보정당이 등장했다. 그리고 샌더스는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중앙정치에 진출했다.

이후 하원의원을 거쳐 상원의원에까지 이르렀지만, 샌더스의 행보는 한결 같았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반대했고, 금융 위기 때는 긴축 정책을 성토했다. 특히 오바마 식 반쪽짜리 의료보험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전 국민 의료보험 제도 도입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에 뛰어든 것이다.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에 뛰어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에 뛰어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무소속 진보파가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데 대해서는 물론 말들이 많다. 실망하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양당 체제가 너무나 강력한 미국에서 진보정치가 좀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샌더스 자신은 이번 경선을 오바마 정부에 대한 실망으로 의기소침해 있는 사회운동 진영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는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보면 이런 샌더스의 포부가 일정하게 실현되는 모양새다. 6월의 위스콘신 주 비공식 투표에서는 샌더스 후보가 클린턴 후보를 겨우 8% 차이로 바짝 추격하기까지 했다(41% 획득).

그럼 샌더스 후보는 어떠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가? 여기에 그의 기본 정책을 소개한다. 웬만한 요즘 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들(가령 영국 노동당)보다 훨씬 더 좌파적이고 공세적인 내용이다. 우리가 ‘샌더스 바람’에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이유다.

 

미국을 위한 의제

1. 우리의 무너지는 인프라스트럭처를 재건하자

우리의 중요한 투자 대상은 우리의 무너지는 인프라스트럭처, 즉 도로, 교량, 수도 시스템, 하수 처리장, 공항, 철도 그리고 학교를 재건하는 일이다. 우리가 결코 저지르지 말았어야 할 부시와 체니의 이라크 전쟁에 든 비용은 참전 용사들이 죽을 때까지 받을 복지 비용까지 다 합쳐서 총 3조 달러에 달한다. 반면 인프라스트럭처에 1조 달러만 투자해도 1300만 개의 괜찮은 임금 수준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으며 이 나라를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전쟁이 아니라 인프라스트럭처에 투자해야 한다.

2. 기후 변화를 역전시키자

미국은 기후 변화 역전의 선도국이 되어야 하며, 이 행성이 우리의 자녀와 손자가 살만한 곳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에너지 시스템을 화석 연료에서 에너지 효율성과 지속 가능 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수백만 가옥과 건물이 내후성(耐候性)을 갖추어야 하며, 우리의 교통 시스템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우리는 풍력, 태양, 지열, 바이오매스 등등의 지속 가능 에너지에서 이미 확인하고 있는 진보를 한층 가속화해야 한다. 에너지 체제 전환은 단지 환경 보호만이 아니라 좋은 임금 수준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3. 노동자 협동조합을 만들자

우리는 일자리 창출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새로운 경제 모델을 발전시켜야 한다. 일자리를 중국과 여타 저임금 국가로 옮겨버리는 기업들에 대규모 법인세 감면을 베풀 게 아니라 노동자 소유 협동조합을 설립해 스스로 사업을 꾸려나가길 원하는 노동자들에게 재정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자신이 일하는 기업의 소유에 참여할 경우에 생산성이 상승하고 결근이 줄어들며 직무 만족도도 높아진다는 것은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입증하는 바이다.

4. 노동조합운동을 성장시키자

단체교섭을 통해 임금 및 수당을 올릴 수 있는 조직 노동자들은 미조직 노동자들에 비해 소득 수준이 상당히 높다. 오늘날 노동조합 조직화에 저항하는 기업 때문에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게 무척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노동자들이 쉽게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바꿔야 한다.

버니 샌더스를 영화 백 투 더 퓨처 등장인물로 묘사한 선거운동용 티셔츠 도안

버니 샌더스를 영화 백 투 더 퓨처 등장인물로 묘사한 선거운동용 티셔츠 도안

5. 최저임금을 올리자

현재 시간당 7.25 달러인 연방 최저 임금은 기아 임금이다. 우리는 생활 수준에 맞춰 최저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 이 나라에서 일주일에 40시간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빈곤에 내몰리지 않아야 한다.

6. 여성 노동자에게 동일 임금을

오늘날 여성 노동자의 평균 소득은 남성 노동자의 78% 수준이다. 우리는 이 나라에 임금 평등을 실현해야 한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관철하자.

7. 미국 노동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무역 정책

2001년 이후 이 나라에서는 6만 개가 넘는 공장이 사라졌고, 490만 개가 넘는 괜찮은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 우리는 미국 기업들이 국내 공장을 폐쇄하고 중국 및 여타 저임금 국가들로 떠날 수 있게 해주는 파괴적인 무역 정책들(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 중국에 대한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협정[무역 상의 최혜국 지위 부여] 등)을 중단시켜야 한다. 우리는 바닥을 향한 경쟁을 중단시켜야 하며, 미국 기업들이 해외가 아니라 국내에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요구하는 무역 정책들을 발전시켜야 한다.

8. 누구나 돈 걱정 없이 교육 받을 수 있는 대학을 만들자

오늘날의 고도 경쟁 지구 경제에서 수백만 미국인들은 좋은 임금 수준의 일자리를 얻기 위해 필요한 고등 교육을 받을 여유가 없다. 또한 노동계급 가정의 대다수가 맞벌이 부부인 상황에서 돈 걱정 없이 자녀를 맡길 질 좋은 보육 시설을 찾기 힘들다. 미국에는 보육에서 고등 교육까지 누구나 돈 걱정 없이 받을 수 있는 질 좋은 교육이 필요하다. 이런 질 좋고 돈 걱정 없는 교육 시스템이 없다면, 우리는 지구 경제에서 버텨나갈 수 없고 우리의 생활수준은 계속 추락하기만 할 것이다.

먼좌파 사진5_선거운동

샌더스의 상원의원 선거운동

9. 월스트리트를 손보자

은행의 역할은 자본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생산적 활동으로 흘러들어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금융 기관들은 고립된 섬처럼 실물 경제로부터 동떨어져 높은 이윤을 좇아선 안 된다. 오늘날 월스트리트의 6대 금융 기관들이 국내총생산의 61%에 해당하는(9조 8천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이 나라의 대출 담보 중 절반 이상 그리고 신용카드의 3분의 2 이상을 떠안고 있다. 이러한 월스트리트 주요 기업들의 탐욕과 몰염치 그리고 불법 행동이 이 나라를 1930년대 이후 최악의 금융 위기에 몰아넣었다. 이들은 개혁되기에는 너무도 막강하다. 해체해야만 한다.

10. 보건은 만인의 권리

미국은 보건이 만인의 권리이지 특권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며, [전 국민 의료보험 제도를 지닌-역자] 다른 산업국들의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 4천만이 넘는 미국인들이 의료보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1인당 의료 비용 지출은 다른 나라에 비해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우리는 전 국민 의료보험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11. 가장 취약한 계층을 보호하자

수백만 노령층이 빈곤 상태에 있고, 아동 빈곤율은 주요 국가 중 가장 높다. 우리는 사회안전망을 약화시킬 게 아니라 더욱 보강해야 한다. 사회 보장, 노령층 의료보장(Medicare), 빈곤층 의료보호(Medicaid), 급식 프로그램의 예산을 깎을 게 아니라 오히려 더욱 확대해야 한다.

12. 조세 제도를 제대로 개혁하자

부와 소득이 극도로 불평등한 이런 상황에서는 소득별 누진 조세 시스템을 도입해야만 한다. 높은 수익을 거두는 기업들이 연방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으며 이 나라의 기업 CEO들이 자기 비서보다 더 적은 세금을 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용납될 수 없다. 기업과 부유층이 전 세계의 조세 도피처에 현금을 은닉하는 바람에 매년 1천억 달러 이상의 세수가 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제대로 된 조세 개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의사당 앞 집회에서 연설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의사당 앞 집회에서 연설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