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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분산개최가 정답이다

[2015.07 제22호 정책포럼]

평창 동계올림픽, 분산개최가 정답이다

산림보전 역사의 오점으로 남지 않으려면

 

이현정|녹색위원회(준) 위원장, (주)국토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건설이 불러올 산림파편화

 

평창동계올림픽이 반환경올림픽으로 불리우며 수년간 논란을 이어 온 가장 주된 원인은 가리왕산 알파인 활강경기장 건설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산지가 국토의 3분의 2에 달하지만, 대부분 조림지로 자연림이 드물기 때문에 산림청과 지자체에서는 원시림, 희귀식물 자생지 등을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은 일체의 개발이 불가능함은 물론 그 지역에서 나온 산물을 절취하는 것만으로도 산림보호법에 따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엄격한 규제를 받는 지역이다. 그런 의미에서 단 3일의 스키경기를 위해 유전자원 보호구역을 해제하고 500년 원시림을 파괴하는 결정을 내린 일은 우리나라의 산림보전 역사에서 매우 큰 사건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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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왕산 알파인 활강경기장 벌목공사 현장. 공사가 시작되기 불과 몇 달 전까지 이 지역은 나물을 채취하는 것만으로도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곳이었다. (사진 : 박용훈)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은 모두 지정하는 데 각각의 이유가 있으며 그만큼 각자 중요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알파인 활강경기장 건설 대상지에 포함된 보호구역은 보전의 필요성이 유독 높은 곳이다. 2012년 기준으로 지자체 지정 보호구역이 83개소, 산림청 지정 보호구역이 295개소로 총 378개소의 보호구역이 지정되었는데, 이 중 가리왕산의 알파인 활강경기장 예정지가 포함된 보호구역은 이 378개소 중 아홉 번째로 면적이 넓은 보호구역에 해당한다. 가리왕산보다 넓은 면적을 가진 보호구역은 고성, 양구, 인제, 철원, 화천, 홍천 등 대부분이 DMZ 일원에 분포하고 있으니, DMZ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보호구역들 중에는 한 손 안에 꼽힐 정도의 규모라 하겠다.

여기서 보호구역의 면적이 중요한 이유는 여러 이유로 발생하는 산림파편화(forest fragmentation)가 생물종다양성(biodiversity)에 가장 큰 위협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생물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정 면적 이상의 숲이 훼손되지 않은 채 온전하게 보전될 필요가 있는데, 숲의 면적이 작아질수록 그 숲에서 서식할 수 있는 생물종의 수가 줄어든다는 말이다. 따라서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의 해제는 해제된 면적이나 훼손되는 지역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의 숲과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보다 큰 문제는 토양과 수체계의 영구적인 변화

 

조직위는 대회 이후 산림생태를 전면 복원할 것이며, 이를 위해 가리왕산에 대한 엄격한 산림생태계 복원계획을 수립한 뒤 환경부의 검증을 받고 경기장을 착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과는 달리, 조직위는 복원계획의 수립 없이 공사를 강행했다. 게다가 조직위와 강원도는 ‘자연천이(natural succession)’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사실상 복원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 자연천이는 산불과 같이 비구조적이거나 자연적인 교란이 발생했을 때, 자연의 회복 능력에 기대어 자연스럽게 복원되기를 기다리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6년 발생한 고성의 산불이 3762헥타르의 산림을 휩쓸고 난 후 국유림지역에 인공조림지와 자연복원지를 나누어 장기 모니터링을 하면서 자연천이의 효과를 검증한 바 있다. 인공조림지에 비해 자연복원지에 훨씬 다양한 식생이 자리 잡고, 복원 속도도 빠른 경향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복원에는 전제가 필요하다. 비유가 아닌 단어 그대로의 ‘맹아’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식생을 키우는 땅과 물의 체계가 온전해야 한다. 산불의 경우는 땅 위에 있는 것들은 전부 태워 없앴지만 지하에는 깊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러므로 땅에서 잠자고 있던 씨앗이나 뿌리로부터 새로운 싹을 틔우고, 타버린 잿더미로부터 충분한 양분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부지에 이러한 자연복원을 기대한다는 것은 사실상 방치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슬로프 조성과 리프트 건설을 위해 대규모의 절·성토 등 토목공사가 수반될 수밖에 없고, 90여 대의 제설기가 만들어낸 인공눈의 설질을 유지하기 위해 화학물질을 다량 살포하는 등 활강경기장 건설지역 뿐 아니라 주변 산지의 토양과 지하수 체계, 나아가 생태계에까지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분산개최가 답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는 매몰비용과 공정률을 무기삼아 환경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책임질 수 없는 사업을 강행 중이다. 벌목 공정률이 90%에 달했지만, 이러한 영구적인 변화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아직 우리에게 남아 있다. 이미 투자된 비용은 향후 투자가 예정된 비용이나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비용에 비하면 크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의 분산개최는 국가재정 낭비, 지방재정 파탄과 대규모 환경파괴를 막을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미 시민사회에서 다양한 분산개최 방안을 제시해왔고, 국민의 57%가 분산개최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가장 현실적으로 활강경기장의 대체지로 얘기되고 있는 곳은 무주리조트이다. 다음 [그림1]과 [그림2]는 가리왕산 건설대상지의 지형과 무주리조트의 지형을 보여준다.

정책포럼 그림1_가리왕산

[그림1]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건설대상지 (Google Earth)

[그림2] 무주리조트 슬로프 전경 (Google Earth)

[그림2] 무주리조트 슬로프 전경 (Google Earth)

 

무주스키장은 표고차가 809미터로 825미터인 가리왕산에 근접해, 기존 시설을 보완하면 국제스키연맹의 기준인 855미터에 맞출 수 있다.

IOC 또한 일본과의 분산개최를 제안한 바 있다. 아래 [그림3]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주 스키장으로 사용했던 하쿠바 핫포네 스키장의 모습이다. 이 스키장의 경우는 해발고도 3000미터에 근접하는 산줄기의 정상부위가 아니라 거주지와 가까운 산자락에 스키장을 건설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림3] 일본 나가노 올림픽 하쿠바 핫포네 스키장 슬로프 전경 (Google Earth)

[그림3] 일본 나가노 올림픽 하쿠바 핫포네 스키장 슬로프 전경 (Google Earth)

마지막으로, 최문순 도지사의 북한 공동개최 발언과 일부 단체의 언급으로 주목받은 바 있는 북한 마식령 스키장의 전경은 다음 [그림4]와 같다. 정확한 제원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고도와 슬로프 등을 보면 알파인 활강경기 적용이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림4] 북한 마식령 스키장 전경(Google Earth)

[그림4] 북한 마식령 스키장 전경(Google Earth)

 

아직 기회는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강원도민들과 많은 관계자들이 해온 노력들 그 자체를 폄훼할 생각은 없다.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두 번째 국가가 된 것은 우리나라가 그만큼 경제적으로 성장해왔고, 국제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있다. 자연환경 조건 면에서 동계올림픽 개최에 적합한 나라가 아시아 국가들 중에 그만큼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알프스 산맥 주변의 기존 개최국가들은 물론 일본 나가노와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훨씬 많은 투자와 환경파괴가 수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 늦기 전에 나가노 등 기존 유치지역의 경제적인 어려움과 유럽 도시들의 유치의사 철회가 이어지는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분산개최 없이 모든 건설 사업을 강행할 때에는 빚잔치와 함께 가리왕산의 환경도 영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 때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이 글은 필자가 지난 6월 18일 노동당 강원도당이 주최한 <2018 동계올림픽 분산개최를 촉구하는 강릉시민 토론회 – 동계올림픽과 삼시세끼>에서 발표한 토론문입니다. 토론회 전체 자료집은 노동당 홈페이지, 노동당 → 정책게시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