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악저지 집중투쟁을 시작하며

[2015.11 제25호 지금+여기 노동당]

헬조선에 갇힐 것인가? 헬조선을 바꿀 것인가?

 

정진우|기획실장

 

 

 

1. 헬조선은 어디인가?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지지 명단에 참여한 남정욱 씨(교수)가 조선일보에 올린 <헬조선은 불평분자들 마음속에>라는 칼럼이 논란을 잇고 있다. 그는 칼럼에서 ‘헬조선’은 분수(分數)를 상실한 불평분자들의 마음속에 있을 뿐이라며 ‘헬조선’을 비판하는 젊은이들을 훈계한다. 또, 지금 여기는 노력에 의해 결과가 좌우되는 곳이라 강변하며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노골적으로 옹호한다.

‘헬조선’은 어디에 있는가? 맘대로 해고하겠다는 공갈이 개혁안으로 포장되고, 부모 임금 안 줄이면 자식 일자리 없다는 협박이 정책으로 통하는 곳. 늘어나는 노동시간과 저임금에 허덕이는 이들의 삶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곳. 여기는 헬(hell)인가, 헤븐(heaven)인가?

날 때부터 온갖 특권을 탑재하고, 부와 권력을 전 생애에 걸쳐 향유하고 상속하는 이들에게 이 땅은 헬인가, 헤븐인가? 그렇다. ‘조선’은 헬이면서 헤븐이다. 누군가에겐 지옥인 이곳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천국이다. 지옥에서 신음하는 이들을 부리며 영구히 누리는(!) 자들에게 이 지옥은 천국이다. ‘아닌 밤중의 홍두깨’조차 분수가 없는 곳, 더 많이 누리려는 자들이 더 강력한 잠금장치를 만들고 있는 곳, 지금 우리가 갇혀 있는 곳. 여기는 ‘헬조선’이다.

 

2. ‘탈옥’의 의미

 

사용자가 제조사에서 제한한 여러 가지 기능을 사용하기 위하여 잠금장치를 해제한 폰. 대표적으로 아이폰 탈옥이 있다. 탈옥한 폰은 바탕화면을 화려하게 꾸밀 수도 있고,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무료로 볼 수도 있으며 멀티태스킹도 가능하다.(탈옥폰 Jail Breaking Phone,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탈옥한다’는 말을 들으면, 세대나 취향에 따라 영화 《쇼생크탈출》에서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까지 다양한 작품을 연상할 것이다. 그런데 포털사이트에서 ‘탈옥’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완성되는 검색어가 죄다 (탈옥)폰에 대한 것이다. 신조어야말로 세상의 변화를 반영하겠지만, 하필 그런 식의 도발이 ‘탈옥’으로 통용되는 것일까? 스티브 잡스도 생전에 자기 폰을 탈옥해서 사용했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애프터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는 협박을 듣고도 번거롭게 ‘탈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징역 맞고 감옥에 갇혀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을 터인데, 그곳에서 버티며 살아가는 위안거리는 언젠가 벗어날(脫) 날이 온다는 희망이다. 《쇼생크 탈출》의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 역)’처럼 스스로 잠금장치를 풀고 나가는(出) 것은 ‘탈출’이고, ‘기한’이 도달해 나가게 되는 대부분의 경우는 ‘출소’라 한다. 자신의 의지와 계획으로 잠금장치를 해제한다는 의미에서 이 탈옥은 (쇼생크)탈출일 수 있다. 가두고 잠근 자들이 원하지 않는 일이며, 정도의 차이가 심하지만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다.

‘탈옥’이 탈출, 출소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무엇인가? 실제로는 (당사자들이) 나가지(出) 않는다는 것이다. 갇혀있는 곳에서 잠금장치를 해제하여 원하는 것(무상, 자유, 동시작업 등)을 얻지만, 원래의 그 공간(또는 물체)을 버리거나 떠나지는 않는다. 탈옥은 ‘출(나가다)’하지 않고 ‘탈(벗어나다)’하는 방법을 찾는 도전이다. 헬조선에 갇힐 것인가, 헬조선을 바꿀 것인가?

 

3. 헬조선 잠금장치

 

헬조선이 마음속에 있다고 강변하는 자들은 어떻게 이 체제를 통제하고 유지하는가? 박근혜 정부가 새로 개량해 설치하겠다고 공지한 잠금장치의 이름은 ‘노동개혁’이다. 노사정 합의라는 포장지가 필요한 이유는 갇힌 자들도 동의한다는 선전이 유용하기 때문이다. 더 많은 이들이 “헬조선은 마음속에 있다고” 믿게 할 필요가 있으니.

‘노동개혁’은 어떤 장치인가? 법률적으로는 근로기준법,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을 개정한다. ‘박근혜 노동개혁’의 핵심적 개악 내용으로,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임금피크제’와 ‘저성과자 일반해고’는 법률개정이 아닌 고용노동부의 행정방침 형식으로 시작한다. 현장의 노동조건 후퇴를 지휘하는 ‘가이드라인’은 저들에게 오래된 보검이다(전가의 보도). 갇힌 이들끼리 경쟁하며 비루하게 버텨내야 하는 노동지옥, 저들이 안내하는 곳에는 이미 이름이 붙여졌다. ‘헬직장’은 포기하는 곳이란다. 퇴근포기, 저녁포기, 동료포기, 가족포기, 인생포기….

저들이 굳이 장치를 개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노동시장이 형성되고 제대로 운영된다는 것은 노동력이 원활하게 사용되어 구매자들이 안정적으로 이익을 얻는다는 뜻이다. 불안정노동을 확산해온 신자유주의 시스템은 줄곧 고장신호를 울려왔다. 수출의존, 부채의존형 경제가 봉착한 위기를 노동에 전가하는 전략은 노동시장을 구조적으로 새롭게 고치는 일로 구체화된다. 박근혜발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핵심은 노동시장 전반에 걸친 노동조건의 개량이고, 이들이 개량과 재구축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는 노동시장의 구매자(자본)가 부담하는 규제장치를 완화(해제)하는 것이다.

‘가이드라인’과 노동법 개악은 저들에게 무엇을 풀어주는 것인가? 일차적으로는 실질적인 사용자책임의 면제(회피)다. 판례를 무력화하고 위장도급을 합법으로 바꿔 주는 장치(파견법의 파견․도급기준)는 노동법의 존재 이유를 뒤집는다. ‘맘대로 해고’가 가능한 장치는 ‘해고’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 일반이 된다는 안내이고, 고용보장은 사용자들에게 책임이 아니라 선택이 된다. 사용자 책임이 줄어든다는 것은 당연하게도 노동자 권리가 위축되는 상황을 동반한다. 더 심각해지는 문제는 노동조건의 후퇴에 직면한 노동자들의 상태와 조건이다. 성과를 기준으로 한 임금차별과 해고의 합법화는 노사관계의 저울추를 급격하게 사측으로 기울게 하는 장치가 된다. 노동조건을 협상하는 집단적 상대방에 대한 관리비용을 절감하며, 노무관리의 위험까지 현격하게 줄일 수 있다. 그래서 ‘헬직장’은 저들에게 면제의 공간이다. 책임면제, 불법면제, 수당면제, 노조면제….

 

4. 헬조선, 노동당이 바꾼다

 

헬조선에 갇힌 자들은 어떻게 잠금장치를 풀어낼 수 있는가? “신자유주의 노동체제(불안정, 저임금, 장시간 노동체제)를 종식시키고 모두가 더 적은 시간 노동하면서 충분한 소득을 얻으며 살 만한 일자리를 공유하는 연대적 노동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연동되어 있는 임금구조, 고용구조, 노동시간구조의 세 측면 전체에 걸친 변화가 필요하다. 박근혜발 노동개악 국면에서 노동당은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의 매뉴얼을 제시하고 있다. 1) 노동시간 단축, 2) 안정된 일자리, 3) 상시업무 정규직 전환, 4) 원청사용자책임 강화와 파견제 폐지, 5) 생활 가능한 소득과 최저임금 1만원.

잠금장치를 풀기 위한 안내서는 준비되었지만, 저들이 설치하려는 새로운 잠금장치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탈옥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노동개악을 저지하는 위력적인 투쟁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말하지만, 절박하고 결연한 구호만큼 노동개악을 둘러싼 사회적 투쟁전선에 이상은 없는가?

한국노총이 노사정 야합에 참여하자 곧바로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으로 맞서겠다고 선언하였다. 11월 14일까지 모든 가맹․산하조직은 즉각적인 총파업 태세 구축을 완료하며, 노동자-민중총궐기에 참여하는 조합원수 목표를 10만 명으로 늘렸다는 소식을 전한다. 전농 등 민중단체들, 박근혜 정권의 온갖 실정에 분노하는 시민 참여를 포함한다면 20만이 넘는 대오가 서울도심에 집결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판 ‘분노한 사람들’은 노동개악을 막아내고 정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노동당은 전국위원회를 통해 2015년 4분기 핵심사업의 하나로 “노동개악저지 투쟁”을 채택하였다. 박근혜 정권의 노동개악을 저지하는 사회적 투쟁전선을 주도하며, 새로운 노동사회를 만들기 위해 투쟁하는 정당으로 국민적 지지를 확장하는 것이 사업의 기조다. 전국 순회투쟁(11월3일~13일)과 거점투쟁, ‘을들의 국민투표운동’을 주요사업으로 포함하는 한편, 노동시간단축 등 새로운 노동대안 입법안을 준비하여 2016년 1월부터 본격적인 사회운동(입법운동 등)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우여곡절을 거쳐 시동을 걸고 있는 ‘헬조선 탈옥선’(전국 순회투쟁)은 기발한 연출에 머물지 않고, 실제 상황의 연속이 되고자 한다. 전국 곳곳에 탈옥선이 정박하는 곳은 상징적인 공간이 아닌 헬조선의 노예들이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현장이다. 갇힌 이들끼리 통하는 절박함이 잠긴 마음을 열 수 있다면,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은 더 큰 파동이 되어 울릴 것이다.

2015년 11월 14일은 헬조선의 심장부 서울을 점령하며 청와대로 향하는 날이다. 서울광장에 운집한 거대한 인파가 세종로를 점거하고, 광화문 네거리 입구에 설치된 경찰장벽 앞에서 더 크게 만날 내일을 기약할 것이다. 막으려는 자들에게나 모이는 것을 기획한 이들에게나 거기까지가 ‘최선’이 되는 날일지도 모른다.

11월 14일의 광화문 장벽 앞은 한국판 ‘분노한 사람들’의 역사적 출발을 선포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분노를 조절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 ‘분노한 사람들’이 무엇을 이루어낼지를 자유롭게 말하고 단호하게 응답하는 시간. 수천, 수만의 탈옥선이 출항을 준비하는 기적. 전국을 순회한 ‘헬조선 탈옥선’은 기적을 준비하는 1호선이다. ‘분노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는 상상. 11월14일, ‘그날 이후’의 역사는 현실이 될 것이다. 노동당이 전국에 내걸고 있는 현수막의 문구처럼. “헬조선, 노동당이 바꾼다”.

특집2 도비라

‘노동개악’에 맞서는 우리의 대응

[2015.11 제25호 특집]

‘노동개악’에 맞서는 우리의 대응

 

 

<미래에서 온 편지> 지난 호 <특집>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노동개혁’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 따져보고, 우리에게 필요한 ‘진짜’ 개혁은 어떠해야 하는지 이야기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이번 호에서는, ‘진짜’ 개혁을 이루어내기 위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과 정책 제안은 무엇인지, 노동당과 노동운동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39쪽 사진

‘진짜’ 개혁이 필요하다

[2015.09·10 제24호(합본호) 특집]

‘진짜’ 개혁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가 ‘노동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노동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들을 일말의 망설임 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노동개혁은 우리 딸과 아들의 일자리”라며 이를 통해 청년일자리가 생겨날 거라 주장하지만, 이는 자본의 이익만을 위한 날조된 거짓말이다.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개혁’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우리에게 필요한 ‘진짜’ 개혁은 무엇인지 짚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