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우리는 학교에 간다

[2015.11 제25호 지역에서 현장에서]

오늘도 우리는 학교에 간다

은평당협의 은평구 사학비리 규탄 캠페인 활동

김영도|서울 은평 당원

 

 

 

따르르릉~ 따르르릉~

6시 50분. 오늘도 맞춰놓은 알람이 신나게 울린다. 등교시간이다. 주섬주섬 일어나, 집에 모셔둔 은평당협 현수막을 들고 하나고로 향한다. 등교시간은 7시 20분. 요즘은 날씨도 쌀쌀해져서 더 일어나기가 싫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선전전에 결석을 할 수는 없다.
조작과 은폐로 얼룩진 하나고
은평구에 있는 하나고와 충암고가 사학비리를 저질렀다. 우선 하나고는 하나금융그룹의 학교법인인 하나학원이 2010년 3월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에 자립형 사립고로 설립한 학교다. 그러나 그 이후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되면서 각종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의회는 올해 4월 행정사무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를 구성했다. 특위는 하나고의 학생 모집 과정, 설립인허가 과정, 자립형에서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면서 생긴 특혜 의혹 등을 조사 중이다.

이 조사 과정에서 하나고 국어교사인 전경원 씨가 양심선언을 했다. 그는 2009년 하나고 입학전형위원회에 참여해서 신입생을 뽑았다. 이 때 최종합격자를 뽑는 회의에서 성적조작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성적조작은 가산점을 통해 남학생을 합격선 위로 올리고 여학생을 합격선 아래로 내림으로써 이루어졌다. 기숙사 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해서라며, 학교 측이 교사들에게 남학생을 더 뽑으라고 한 것이다.

또한 그는 학교가 이명박 정부 고위인사 아들의 학교폭력을 은폐했다고도 증언했다. 2011년에 입학한 해당 학생은 명령불복종이라며 급우들을 때렸고, 피해학생에게 본인 공부가 끝날 때까지 잠을 자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학교 측은 해당 학생이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를 통한 권고전학이 아닌, 조용히 전학을 갈 수 있도록 조치했다. 권력이 있는 사람의 자녀라는 이유로 학교폭력을 은폐한 것이다.
양심선언 교사에게는 회유와 협박, 사찰까지
더 큰 문제는 학교가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한 전경원 교사를 회유하고 협박한 일이다. 김승유 이사장은 전경원 교사에게 조용히 학교를 떠나라고 했고, 이를 전경원 교사가 거부하자 “투쟁하겠다면 재단에서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못 견디게 해주겠다”고 협박했다.

이에 대해 전경원 교사는 언론사에 기고를 하고 인권위에 진정서 등을 제출했지만, 학교는 이를 근거로 그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려고 시도했다. 더불어 학교는 전경원 교사가 문제제기한 내용에 대해 과장, 왜곡됐다는 내용을 신문광고에 실었다. 그 과정에서 하나고 교사들의 이름이 함께 올라갔지만, 그 또한 이사장의 반강제 때문에 실린 경우가 많고 심지어 자신의 이름이 광고에 실린 것을 모르는 교사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학부모들의 무책임한 비난은 전경원 교사를 더 힘들게 했다. 전경원 교사가 자기 자녀의 미래를 방해한다는 생각으로 전경원 교사를 담임에서 교체하도록 만들고 “너는 선생이 아니라 개XX이다. 교직에서 떠나라”는 협박 메일을 보내는가 하면, 교무실에 들어가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특위조사로 인해 전경원 교사의 증언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선 하나고가 특권계층의 자녀가 많이 다니는 대원, 영훈 국제중 학생을 일반 중학생에 비해 평균 30배 더 뽑은 사실과 지원자의 인적사항을 가리지 않고 선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것은 특권계층에 대한 노골적인 특혜로 비춰진다. 동시에 학교가 전경원 교사에 대한 수업 사찰도 했음을 확인했다. 학생들을 통해서 수업내용을 확인하고 그것을 학부모들에게 일부 흘리기도 한 것이다. 이것은 명백한 교권침해로서, 고발 교사에 대한 신분보장을 규정한 교원지위향상특별법을 위반한 일이다.
은평구 지역사회의 대응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보고, 은평구 지역사회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하나고 규탄시위를 진행했다. 노동당 은평당협은 물론 녹색당, 정의당, 전교조 및 다양한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하나고 사태를 알리는 선전전 등을 펼쳤다. 9월 한 달간은 각 단위 단체가 주말을 제외하고는 매일같이 교사들의 출근시간에 맞춰 집회 및 1인시위를 진행했다. 10월부터는 하나고에서의 규탄시위와 함께 은평구 연신내역, 불광역, 녹번역 등에서 시민들에게 하나고 사태를 알리는 선전전 등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여기서 중심이 되고 있는 조직이 바로 노동당 은평당협이다. 은평당협은 현재 월요일 아침 마다 하나고 앞에서 집회 및 1인시위를 하고 있으며, 다른 요일에는 위의 지역 등에서 선전전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짧은 기간에 명문고로 입성한 하나고의 비리는 은평지역 시민들에게도 큰 관심거리다.

물론 방해도 많다. 그 중 하나가 하나고 사태를 알리기 위한 은평당협의 정당현수막을 은평구청에서 무더기로 철거한 일이다. 당당하게 정당법에 근거해서 정당의 권리요 의무인 정치행위를 하고 있음에도, 은평구청은 하나고 학부모들의 민원 때문이라는 궁색한 변명과 함께 무조건 철거한 것이다. 거대정당의 현수막은 그대로 두면서 소수정당인 노동당의 현수막만 무조건 철거하는 일은 명백한 정치적 행위다. 은평당협 채훈병 위원장과 문미정 위원장 그리고 최승현 노동당 부대표는 은평구청에 방문하여 이에 대해 엄중하게 항의했다.
또 하나의 비리사학, 충암고
하나고 사태도 심각하지만 은평구에서 오랜 세월 사학비리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 학교는 따로 있다. 바로 충암고다. 충암고는 지난 4월 교감이 급식비를 내지 못한 학생들에게 공개 망신을 준 일이 문제가 됐다. 그는 학생들에게 “내일부터는 오지 말라” “꺼져라, 너 같은 애들 때문에 전체 애들이 피해본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 사실이 지역에 알려지고 며칠 되지 않아, 노동당 은평당협을 비롯한 은평구 지역사회단체가 충암고로 가서 선전전을 하며 규탄시위를 하기도 했다.

충암고의 사학비리 역사는 찬란하다. 1966년에 설립된 충암고는 그 시절, 나름 명문고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1996년에는 학교 땅에 스포츠센터를 짓고 교사들을 앞세워서 학부모들에게 회원권을 강매하고, 1999년과 2000년에는 각각 난방시설 수리비 명목의 정부지원금을 횡령했다. 2007~2008년에는 남학생 화장실 등 시설노후화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때 학생과 시민단체는 충암고 앞에서 남학생용 화장실이 한 곳뿐이므로 ‘똥 쌀 권리’를 보장하라며 요강을 들고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공사비 횡령, 학교회계 부정, 계약직 부당채용, 신규교사 공개채용 관련 서류 무단폐기 등으로 다시 한 번 사학비리에 얽혔다. 이에 대해서는 교육청과 법적공방도 벌였다.

이런 화려한 역사를 가진 충암고가 이번에도 사학비리를 저질렀다. 10월 초, 충암고가 급식회계와 관련된 부정을 저지른 것이다. 학교장과 행정실장 등이 거액의 급식비를 횡령했다. 특히, 거액의 급식비를 횡령하기 위해서 식용유가 새까매지도록 사용한 일은 전국을 경악케 했다. 4월에 발생한 충암고 교감의 급식비 막말 사태는 이러한 급식 비리와 연동되고 있던 셈이다. 횡령으로 인해 예산 공백이 생기니, 그것을 막기 위해 학교 측에서 급식비 미납 학생들을 독촉하고 압박한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당 은평당협 및 은평구 지역시민단체 등은 충암고에 대한 규탄시위를 진행 중이다. 하나고 사태에 대한 대응과 비슷한 방법으로, 선전전 등을 통해서 충암고에 직접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지역 시민들에게 현 사태를 알리고 있다.

이러한 사학비리를 접할 때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왜 교육이 돈벌이의 수단이 돼야 하는가. 특히 한국의 학교는 사학구조에 의해서 그 존재 이유가 철저하게 변질되었다. 하나고는 기업의 사회공헌이라는 명목으로 설립됐음에도 개인의 사유화로 변질되고, 심지어 하나고에 애정을 가진 교사의 양심을 철저하게 짓밟고 있다. 충암고 또한 불의한 재단이 똬리를 튼 채, 제 배만 불리는 데 혈안이 돼있다.

하지만 이러한 한국 교육현장에도 양심 있는 교사와 정의로운 학생들이 존재한다. 하나고에는 정의의 의미와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지혜를 학생들에게 알려주려고 몸소 노력하는 교사가 있다. 충암고에는 어른에게 폭력적으로 길들여진 미성숙한 존재가 아닌, 스스로 일어나 문제를 제기하고 직접 행동하는 성숙한 학생들이 있다.

앞으로도 노동당 은평당협은, 10월 22일 하나고 특위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그에 맞춰 다양한 형식의 재대응을 할 예정이다. 충암고 문제 또한 은평구 지역단체와 연대하여 더욱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다.

노동당 은평당협은 언제나 그들과 함께할 것이다. 더 이상 지역에 사학비리라는 오물이 흘러내리지 못하도록, 학교의 주인인 학생, 교사와 함께 연대할 것이다.

사진캡션
1,2: 하나고 앞에서 규탄시위를 진행 중인 은평당원들과 은평구 시민사회단체들 (사진 : 손은숙)
3: 시민들에게 하나고의 비리를 알리고 학교정상화를 촉구하기 위해 제작한 선전물 (사진 : 손은숙)
4,5: 지하철 역 앞에서 하나고 비리를 알리는 선전전을 진행 중인 은평당원들 (사진 : 손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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