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시급을 소재로 한 '알바몬'의 광고

최저임금과 공적연금 ‘슈퍼갑’ 재벌 · 대기업들이 더 부담해야

[2015.06 제21호 정책포럼]

최저임금과 공적연금 ‘슈퍼갑’ 재벌 · 대기업들이 더 부담해야

 

조동진|정책실장

 

 

 

대한민국 국격은 딱 260원 짜리, 최저임금 날치기는 원천무효다 (2011.7.13)
최저임금 4580원, 이명박 씨가 대한민국 대통령인 것보다 부끄럽다 (2012.6.26) 
2014년 최저임금 5210원 결정, 갈 길이 멀다 (2013.7.5)
2015년 최저임금 5580원, 노동배제적 인식의 한계 (2014.6.27)

340원 인상이 소득주도 성장인가

 

지난 몇 년 동안 최저임금 결정을 전후로 나온 당 논평의 제목이다. 2011년 7월 13일 새벽, 최저임금위원회는 2012년 최저임금을 전년보다 딱 ‘260원’ 오른 4580원으로 날치기 통과시켰다. 2013년 최저임금은 경영계가 4580원 ‘동결’을 주장하면서 결국 4860원으로 고작 ‘280원’ 인상됐다. 올해에도 최저임금 논의 흐름을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고’ 정부와 자본의 ‘노동배제적 인식’이 여전하다.

OECD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소득불평등이 경제성장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상위 10%의 소득이 하위 10%의 소득의 9.5배에 달할 정도로 지난 30년 동안 소득불평등이 악화되었고, 이 소득불평등이 경제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러 나라 정부와 기업에서 최저임금과 임금인상 움직임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걸그룹 아이돌이 출연한 ‘알바몬’ 광고가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이유도 있지만,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소득주도 성장론을 일부 수용해 최저임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면서 기대치가 높아졌다. 하지만 최경한 부총리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안은 6000원으로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새누리당의 6000원 안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2014년 7.2%, 2015년 7.1% 인상의 연장선상으로 하던 대로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고작 7% 인상은 소득분배구조 개선은 물론 정부와 새누리당이 말하는 내수진작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반면에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와 노동당은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상징하는 1만원은 생활임금, 평등임금에 대한 요구이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저임금 불안정 장시간 노동 사회를 해소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최저임금 1만원은 왜 필요한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국내에서 최저임금(5210원) 미만의 급여를 받고 일하는 노동자는 227만 명에 달한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12.1%다. 10명 중 1명 이상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하는 셈이다. 최저임금 미달 노동자는 근무형태와 직장규모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존재했다. 최저임금 미달자의 6.9%가 정규직이었고 1.9%는 300인 이상 대기업 노동자였다.

현재 최저임금 제도는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1988년 도입된 최저임금은 다양한 근로자의 생계를 보장하지도 못하고, 유사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반영하지도 않았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그리고 소득분배 조정분을 충분히 고려한 것도 아니다.

우선, 최저임금법에 나와 있는 3대 요소 중 무엇보다 ‘생계비’가 최저임금 결정 기준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이 사실상 최고임금인 노동자들에게 먹고살 만한 생활임금으로서의 역할을 하려면, 임금이 노동자 본인뿐만 아니라 세대 전체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이미 유엔사회권위원회와 국제노동기구 등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권고하는 사항이다.

이제까지 최저임금위원회는 ‘미혼 단신근로자의 생계비’를 기준으로 삼았는데, 최근 발표된 지난해 미혼 단신근로자의 생계비는 155만 3390원이다. 하루 8시간을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시간당 7430원으로 현재 최저임금 5580원보다는 높지만, ‘미혼 단신근로자’란 기준 자체가 문제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바탕으로 최저임금 미만이나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평균 가구원수(2.5명)를 고려하여 실태생계비를 산정했다.

둘째, 김유선의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도입된 1989년부터 2014년까지 25년 동안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시급 기준으로 9.8%(월 환산액 기준 9.2%)다. 같은 기간 10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의 명목임금 인상률은 시간당 임금 기준으로 9.5%(월 환산액 기준 8.8%)고, 경제성장률+물가성장률은 9.4%였다.

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 조사에서 10인 이상 사업체 사용직 임금통계와 비교한 결과, 2014년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월정액급여의 39.5%, 시간당 통상임금의 25.3% 수준으로 나왔다. 지표에 따라 차이가 크게 나타났지만, 더 중요한 것은 1989년과 2014년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거의 같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을 일반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률과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한다면 저임금 노동자의 해소라는 본연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 또한 경제성장률과 물가성장률을 합한 수준과 같다면 소득분배 조정분은 반영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산정 기준으로 2015년 경제성장률(3.4%), 물가상승률(1.9%)에 더해 소득분배 개선치(2.9%)를 반영했다.

 

최저임금, 왜 ‘을’끼리 싸워야 하나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논의에 부쳐>란 시론(한국일보. 5월 13일자)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논쟁은 비민주적이다. 무언가를 토론에 부치는 것, 그래서 논쟁‘거리’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대자본 혹은 권력의 효과적인 지배형식이 됐기 때문이다. 논쟁을 살펴보면, 우습게도 ‘사소한’ 사실들이 객관이란 탈을 쓰고 대립한다. 진실도, 보편도 아닌 일면적 사실들은 논쟁을 통해 스스로를 부풀리며 진리를 자처한다.”

정부와 자본의 지배전략은 최근 불거진 연금개혁 논란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5월 2일 <공적연금 강화 합의문>이 나오고 며칠 후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적 합의를 내세워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 50%를 논쟁‘거리’로 만들었다. ‘공적연금’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건 ‘재정통계’뿐이었다.

모든 공적연금의 목적은 생애기간에 걸친 소득균등화와 사회보험 기능을 통해 노후빈곤을 방지하고 노후불평등을 해소하는데 있다. 공적연금의 윤리적 토대가 내가 낸 보험료에 더해 기업과 부자들이 더 부담하고 다음 세대가 일정하게 기여하는 방식이라면, 현실적 토대는 노인 빈곤율이 OECD 국가 평균 12.4%의 4배인 48.6%에 달하고 노인 자살률도 세계 최고 수준인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처음에는 공무원들을 ‘세금 도둑’으로 몰더니, 그 다음은 국민연금 강화에 따른 보험료 인상을 ‘세대 간 도둑질’로 호도했다. 공적연금 강화냐, 사적연금 활성화냐가 아니라 공무원과 국민 간에,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간에 ‘전선’이 그어졌다. 선진국에 비해 유난히 낮은 기업과 부자들의 사회보험 부담과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낳은 불안정 저임금 노동시장 같은 핵심의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1973년 국민연금법의 전신인 국민복지연금법이 제정될 당시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부담률은 사용자 4%, 노동자 3%였다. IMF 직후인 1998년 국민연금법을 만들면서 사용자와 노동자의 부담률이 1:1로 개악됐다. 2010년 기준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사회보장기여금은 고용주 5.3%, 피고용자 3.2%이다. 2013년 기준으로 공적연금에 대한 기업 부담은 핀란드는 노동자의 3배를, 스페인은 5배를 더 낸다.

 

최저임금, 이제는 국회에서 다루자

 

국민연금 논쟁에서의 ‘기금 고갈’, ‘세금 폭탄’이란 공포 마케팅과 은폐 마케팅은 최저임금 논쟁에서 ‘고용 감소’로 대체된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으로 ‘임금 부담이 늘면 경쟁력이 떨어지고 고용은 더 줄어든다’는 소위 ‘임금 숙명론’을 내놓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경영계의 주장은 곧장 ‘충격 흡수 여력이 없는 영세기업, 중소기업이 타격을 받는다’는 레퍼토리로 이어진다.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야 제대로 된 대안이 나온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은 1997년 75.8%에서 2011년 68.2%로 7.6% 포인트 하락했다. 1983~1997년 0.9% 포인트 하락한 것보다 8배 이상 높다. 한 나라의 전체 소득 중에서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나타내는 노동 소득분배율이 떨어진 것은 노동에 대한 보상이 줄고 그만큼을 기업이 가져갔다는 의미다.

경향신문이 2013년 9월 금융감독원 공시자료(2012년)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현대자동차를 포함한 20대 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은 49.9%였다. 국내 기업들의 평균 노동소득분배율(59.7%)보다 10% 가까이 밑돌았고, 500대 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 역시 53.7%로 전체 평균보다 낮다.

한국경제가 성장해도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이득이 적은 이유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자본집약적 투자를 하다 보니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지 않은데다가 골목상권마저 이들이 장악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도 위기를 맞고 있다. 따라서 이를 무시한 채, 최저임금 논의를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 등 ‘을’끼리의 논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수퍼갑’인 대기업을 보호하는 은폐 마케팅이다.

진정으로 중소사업장 노동자의 고용감소를 우려한다면, 대기업 중심 산업정책을 바꾸고 대기업의 ‘갑질’을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 최저임금 사각지대가 걱정이라면 포괄임금제, 휴게시간 ‘꺾기’, 수습․장애인․특수고용직 적용제외 같은 제도적/행정적 허점부터 정비해야 한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 구조로는 최저임금 인상과 연동된 원․하청 경제구조의 근본적인 개혁이나 영세자영업자를 포함한 사회안전망 구축, 최저임금 사각지대를 낳는 노동시장 등의 문제를 풀기 어렵다.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한다. 매년 반짝하는 최저임금 투쟁에 머물지 않고 하반기 국회와 내년 총선까지 저임금 불안정 장시간 노동 사회를 바꾸는 투쟁을 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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